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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일지 독서감상문쓰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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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소개

수상작 소개 상세내용
제목 빼앗지 않고 커지는 힘
작성자 손지한(남대전고) 개최일 2026-10-02 조회 43

 빼앗지 않고 커지는 힘


남대전고등학교

2학년 1반 손지한

 

『백범일지』를 읽으며 가장 오래 멈춰 선 자리는 마지막에 실린 「나의 소원」이었다. 한인애국단을 조직하고 이봉창과 윤봉길의 거사를 준비한 사람이 해방된 조국에 대해 품은 소원이 군사력도 경제력도 아닌 문화의 힘이었다는 사실은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평생을 총과 폭탄이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온 사람이 어째서 붓과 노래의 세계를 마지막 목표로 삼았는지, 이를 이해하는 것이 이 책을 제대로 읽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백범은 부력은 생활을 넉넉히 할 만큼, 강력은 침략을 막을 만큼만 있으면 족하다고 적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 했다. 처음에는 겸손함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읽었으나 다시 읽으니 이 문장은 감상이 아니라 힘의 성질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었다. 무력과 경제력은 본질적으로 총량이 정해진 힘이다. 한쪽이 더 가지려면 다른 쪽이 덜 가져야 한다. 그래서 이 두 힘은 아무리 선한 의도로 키워도 반드시 누군가의 몫을 빼앗게 된다. 백범이 이 두 힘에 한계를 그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문화는 다르다. 한 나라의 음악이 아름다워졌다고 해서 다른 나라의 음악이 초라해지지 않는다. 문화는 나누어도 줄지 않고 오히려 주고받는 과정에서 커진다. 그가 문화만은 한없이 가지고 싶다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욕심이 커서가 아니라 그 힘만이 남을 해치지 않고 커질 수 있는 유일한 힘이기 때문이다.


이 관점을 얻고 나서 앞부분을 다시 읽자 책 전체가 달라 보였다. 문화의 힘은 「나의 소원」에서 갑자기 등장한 개념이 아니라 그의 생애 곳곳에서 이미 작동하고 있었다. 과거 시험장의 부정을 목격하고 낙심한 청년이 관상 책을 펼쳐 자기 얼굴을 살피다가 좋은 얼굴이 좋은 마음만 못하다는 구절을 만나는 장면이 그 출발점이다. 그는 그 자리에서 좋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기로 방향을 바꾼다. 신분과 제도가 막아 놓은 길 앞에서 그가 붙잡은 것은 사람의 내면 수준이었고 이것이 훗날 그가 말한 문화의 씨앗이었다. 인천 감옥에서의 시간도 같은 맥락에 있다. 사형을 기다리는 처지에서 그는 새로 들어온 서적을 구해 읽으며 바깥 세계를 배웠고 글을 모르는 죄수들에게 글자를 가르쳤다. 감옥은 인간을 가장 무력하게 만드는 공간이다. 그곳에서 그가 선택한 행위가 배우고 가르치는 일이었다는 점은 우연이 아니다. 무력이 완전히 박탈된 자리에서도 끝까지 남는 힘이 무엇인지를 그는 몸으로 알고 있었다.


그가 독립운동가이기 이전에 오랜 기간 교사였다는 사실도 눈에 다시 들어왔다. 백범은 황해도 일대의 학교를 돌며 아이들을 가르쳤고 교육 운동을 조직하는 일에많은 시간을 썼다. 나라의 주권이 실질적으로 무너져 가던 시기에 그가 택한 대응이 학교였다는 점은 중요하다. 당장의 효과로 따지면 총 한 자루가 훨씬 빠르다. 학교에서 자란 아이가 사회로 나가기까지는 십 년이 넘게 걸리고 그 사이에 나라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럼에도 그는 한 세대를 통째로 바꾸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 선택에는 분명한 판단이 깔려 있다. 무력으로 얻은 것은 더 큰 무력 앞에서 곧바로 사라지지만 사람의 머릿속에 들어간 것은 점령군도 빼앗지 못한다. 실제로 일제는 그의 활동을 막기 위해 그를 여러 차례 감옥에 가두었으나 그가 가르친 아이들의 머릿속까지 되돌리지는 못했다. 문화의 힘이 느리지만 되돌릴 수 없는 힘이라는 사실을 그는 이미 실천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백범일지』라는 책 자체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이 글은 원래 국민을 향한 선언이 아니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아버지가 어린 두 아들에게 남기려 한 사적인 기록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글은 한 개인의 유서가 아니라 한 시대를 이해하는 국민의 책이 되었다. 그가 준비한 폭탄은 터진 뒤 사라졌고 그가 세운 조직도 시대와 함께 해산했다. 그러나 그가 남긴 문장은 여든 해가 지나도록 사라지지 않고 오늘의 고등학생에게까지 도달했다. 무력은 사용하는 순간 소모되지만 문화는 전달되는 순간 복제된다. 백범이 문화의 힘을 최종 목표로 삼은 이유를 이보다 더 명확하게 증명하는 사례는 없다.

다만 문화의 힘이 남을 해치지 않는 힘이라는 말이 곧 지키지 않아도 되는 힘이라는 뜻은 아니다. 백범은 남의 것을 부러워하고 모방하는 내는 태도를 경계했고 우리 것을 우리 손으로 세우는 일을 강조했다. 나누어도 줄지 않는 힘이라 해도 스스로 만들어 내지 못하면 나눌 것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문화의 힘은 남에게서 받아 오는 힘이 아니라 자기 안에서 길러 내어 나눠주는 힘이다. 그가 말한 소원의 무게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문제는 오늘날 이 말이 너무 쉽게 쓰인다는 점이다. 문화의 힘이라는 표현은 이제 대중음악과 영화의 세계적 성공을 설명하는 말로 거의 굳어졌다. 그러나 백범이 말한 문화를 예술의 범위로만 좁히면 그의 뜻은 오히려 작아진다. 그는 문화의 힘을 인의와 자비와 사랑을 실천하는 삶의 방식으로 설명했고 그런 정신이 배어 있는 사회의 수준 전체를 문화라 불렀다. 그렇다면 문화의 힘은 무대 위에만 있지 않다. 어떤 사회가 아픈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 지식을 어떻게 나누는가 약한 사람을 어떻게 배려하는가가 모두 그 사회의 문화다.


그래서 백범이 제시한 기준을 내가 공부하고 싶은 분야에 그대로 적용해 보았다. 의학과 과학기술은 문화의 힘인가. 그가 내건 조건은 두 가지였다. 스스로를 행복하게 할 것 그리고 남에게도 행복을 줄 것. 하나의 치료법이 개발되면 그 지식은 국경을 넘어 퍼진다. 한 나라가 새로운 백신을 만들었다고 해서 다른 나라의 의학이 빈곤해지지 않는다. 논문으로 공개된 연구 결과와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자료는 사용될수록 오히려 가치가 커지고 그것을 읽은 사람이 다시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 낸다. 이는 무력이나 자본과 정반대의 성질이며 백범이 문화에 부여한 성질과 정확히 일치한다. 감옥에서 죄수에게 글자를 가르치던 청년의 행위와 자신의 연구를 세상에 공개하는 오늘의 연구자의 행위는 형태만 다를 뿐 같은 계열의 힘이다. 물론 과학기술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무기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백범이 힘 자체가 아니라 그 힘을 쓰는 사람의 마음을 먼저 이야기한 것이다. 좋은 얼굴보다 좋은 마음이 낫다는 그 문장은 결국 어떤 기술을 가졌는가보다 그 기술을 누구를 위해 쓰는가가 먼저라는 뜻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나의 소원」이 예술을 하는 사람만의 문장이 아니라 과학을 공부하려는 내 입장에도 정확히 해당되는 문장임을 알게 되었다.


책을 덮으며 가장 오래 남은 것은 문장의 형태였다. 백범은 우리나라가 문화 강국이라고 선언하지 않았다. 그런 나라가 되고 싶다고 적었다. 글의 제목에 소원이라는 단어를 둔 이유도 같다. 문화의 힘은 이미 확보한 자산이 아니라 계속 만들어 가야 할 방향이다. 그는 완성된 결론 대신 미완의 문장을 남겼고 그 빈칸을 채우는 몫을 미래 시대 사람들에게 넘겼다.

그렇다면 나에게 주어진 몫도 분명하다. 문화의 힘을 키우는 일은 거창한 일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내가 이해한 내용을 옆자리 친구에게 설명하는 일, 내가 정리한 자료를 혼자 쥐지 않고 함께 나누는 일, 아픈 사람의 자리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일이 그 시작이다. 백범이 감옥에서 했던 일도 결국 그것이었다. 빼앗지 않고 커지는 힘은 나누는 사람의 수만큼 커진다. 나는 그 수에 한 명을 더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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